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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유시연

본명:유영미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강원도 정선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12월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 고전문학편>

달의 호수

일 년 전 삼월, 장편소설을 쓰러 전라도 땅 <글을 낳는 집>으로 갔다. 원고지 삼백여 장을 써내려간 끝에 무슨 일인지 도통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뒷산을 오르거나 마을 저수지 주변을 어정거렸다. 그래도 글이 이어지지 않았다. 어설픈 얼개와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음을 비우고 단편에 매달렸다. 「달의 호수」 모티프는 마을 저수지와 수면을 헤엄쳐 다니는 오리와 원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진달래가 피었다 지고 산수유가 피었다 지는 동안 단편 두 편을 더 썼다. 가로수 길에 벚꽃이 피었다 지는 계절을 보내고 나서 나에게는 장편 대신 단편 세 편이 남았다. 「달의 호수」 「존재의 그늘」 「붉은 벽돌집」을 안고 전라도 땅을 떠나 경상도 땅, 얼마 전에 이사한 시골집으로 돌아왔다. 「영원의 도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하며 스친 영상을 버무려 쓴 작품이다. 이슬람 문명과 가톨릭이 차례로 영욕의 세월을 보낸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을 둘러보며 유대인과 무어인, 이슬람과 가톨릭의 영혼이 깃든 그 땅을 오래 기억했다. 「벚꽃 공원」은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며 쓴 글이다. 낯선 도시의 외곽 지대에서 강원도 시골집을 그리워하다가 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한 편의 소설로 탄생되었지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다. 살아가면서 해소되지 않는 슬픔의 덩어리들, 상처, 이웃의 고통에 무심할 수가 없을 때 그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내 작은 글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세 번째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더 조심스럽다. 너른 들과 호수가 있는 마을. 높고 웅장한 산과 산등성이를 이어주는 산맥의 넉넉한 가슴에 기댈 수 있는 환경이 소중하고 고마울 뿐이다. 날이 추워지면 새들은 호수로 간다. 물결에 흔들리며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 기러기, 물떼새, 백로, 왜가리 들은 살아 있음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정경인지 가슴 뭉클한 파문을 나에게 던진다. 호수와 새들과 고라니와 갈대와 사람과 무덤과 바람과 대숲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경이 흐트러지지 않고 오래 보존되었으면 한다.

쓸쓸하고도 찬란한

내 소설의 집은 아버지가 직접 지었던 집처럼 거칠고 투박하며 때로는 제대로 섞이지 않은 질료들로 인해 돌조각이 튀어나오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나뭇결이 보인다. 살아가면서 나는 가끔 투박한 아버지의 집이 그리웠다. 강원도의 골짜기는 깊었다. 검푸른 산맥과 바람의 안내를 받으며 과거로의 긴 여정을 하는 틈틈이 내 문학의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오른다. 해마다 집을 떠나 작품을 하나씩 얻었다……겨울 창작촌 경험은 십 년 전 백담사 만해 마을 이후 두 번째였다. 뿌연 유리창 너머로 눈 덮인 산맥과 마을의 풍경이 꼭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 골짜기를 연상케 했다. 추운 겨울 차가운 바람 속에서 까마득한 날에 내 귀를 울렸던 바람 소리를 들었다. 지붕이 날아가고 추위와 장작불에 까맣게 탄 아랫목 장판까지……저장되어 있던 기억들이 군불 속에서 익어가는 감자를 뒤척거리면서 나의 설렘이 시작되었다. 등단은 했지만 소설이 밥이 되지 않는 현실에 나는 소규모의 독서논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이러다 평생 무명작가로 삶을 마치는 게 아닌가 불안이 피어올라 두 달간 방학을 선언하고 문인창작촌으로 유랑하게 되었다. 연희문학창작촌, 글을 낳는 집, 토지문학관, 부악문원, 21세기 문학관……내 작품의 산실이자 작품의 ‘거리 두기’가 가능한 상상의 공간이야말로 고맙고 은혜로운 인연이었다.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작은 마을에서의 인간군상은 다양한 표정으로 내 삶에 영향을 끼쳤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막연하게 작가가 되어 핍진한 삶을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던 사람들을 위무해 줘야겠다고 느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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