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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윤준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제천

직업:시인 대학교수

최근작
2015년 4월 <고물과 보물>

고물과 보물

일본의 저명한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성장은 그만해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이야말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사고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두어 해 전, 국내 어느 신문이 마련한 신년 대담 자리에서의 발언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너무 빨리, 너무 높이, 너무 멀리 와 있는’ 사람들에 관한 지적과 경고였습니다. 비단 어느 몇 국가와 국민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닐 터인데, 유독 우리한테 더 아프게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에 걸립니다. 세계 최빈국 대열을 벗어나 제법 잘사는 나라 대접을 받게 되기까지 반백 년도 걸리지 않은 나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그 엄청난 속성速成의 성취감에 젖지도, 행복감에 취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식사가 얼마나 별난 것이었는지 사진까지 찍어가며 자랑하는 친구에게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느냐 물으면 쉽게 답을 못합니다. 전화기가 신체의 일부처럼 되어서 동서남북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며 신기해하던 선배가 소통이 되지 않는 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눈뜨면 문자메시지를 찍어 날리고 쉼 없이 메일을 주고받는 젊은이가 외롭다고 눈물짓습니다. 얻은 만큼 잃은 까닭입니다. 아니, 획득한 것보다 상실한 것이 더 많아서입니다. 분명한 것은 오늘 우리가 갖게 된 것들보다 놓쳐버린 것들의 값어치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지요. 새로이 얻어 가진 것들이야 창고 가득히 쌓아놓고 쓸 만큼 풍족하지만, 잃어버린 것들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문득 돌아보세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닐 것입니다. “아, 그래 그것…… 그것……” 손을 뻗으면 잡히던 것들이 수소문을 하여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부재와 결핍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이내 그리움으로 바뀌는 대상들이 이제 열 손가락을 거푸 접었다 펴도 남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세상에 내놓은 지 십 년쯤 되는 책을 조금 더 늘리고 보태서 다시 펴내는 까닭을 밝혀야겠습니다. 아니, 이 증보판 발간의 배경이나 동기를 늘어놓는 대신 제가 만나길 희망하는 이 책의 독자들을 호명하는 쪽이 더 쉬울 것 같군요.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사는 것처럼 편리한 세월인데, 마음의 어느 구석은 불편한 어른들이 읽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눈부신 기술과 휘황한 과학이 날마다 신상품들을 낳아주는데도, 늘 불만인 소비자들이 무엇을 더 원하는지를 알고 싶은 광고인이나 마케터들에게 힌트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글쓴이의 보람이겠습니다. 시대의 격차, 세대의 간극으로 윗세대와 불화를 겪는 소년소녀들이나 청춘들이 아무 쪽이라도 펼쳐 읽다가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기쁨이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어리고 젊은 벗들의 손에 많이 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도 물건도 처음부터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음을, 그들이 확인해주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해묵은 것, 때 전 것들이 그렇게 너절하고 고약한 것만 은 아님을 알게 되기를,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떨치고 가까이 품어보기를! 당부하고 싶어서입니다. 때를 벗기고, 먼지를 떨어내다보면 고물古物과 보물寶物은 처음부터 샴쌍둥이였음을 절로 깨닫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어째서 세계 최고의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의 실마리는 영국에서 발견되는가. 뉴욕이 아니고 파리가 아니고, 어째서 그 지독한 전통과 보수의 영토에서 눈부신 새것이 탄생하는가. 거미줄투성이 고성古城에서 어떻게 당대 최고의 모더니티가 생산되는가.’ 이 책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드리는 인사말도 같은 방식으로 해야겠군요. 기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뽀얗게 쓰고, 이름조차 잊혀가던 물건을 오늘 이처럼 어여쁜 새것으로 부활시켜준 여러분. 고맙습니다. 2015년 봄, 목멱산 기슭에서 남산옹南山翁

그는 걸어서 온다

느림보와 게으름뱅이의 눈에는 움직이는 것보다 서 있는 것들, 혹은 겨우 움직이는 것들이 더 잘 보인다. 이를테면, 돌이나 나무, 노숙자나 먼 데서 온 사람들이다. 내 시의 점포(店鋪)는 그런 이름들로 붐빈다.

새의 얼굴

어깨에 고장이 생겨서, 한쪽 팔을 잘 쓰지 못한다. 당연히 다른 한쪽이 수고가 많다. 일 없는 이쪽 팔은 하릴없이 두 곱의 일을 떠안게 된 저쪽에 미안해서, 숨도 몰래 쉬는 눈치다. 가만히 매달려 있다. 팔이 둘인 것이 새삼 고맙다. 양팔이 날개가 아닌 것이, 내가 조류가 아닌 것이 다행스럽다. 어떤 시간이 와도 시절을 탓하지 않고, 어떤 세상이 와도 공밥은 먹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 시는 조화와 평화를 꿈꾼다. 2013년 12월

카피는 거시기다

이 책은 광고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와 카피 혹은 아이디어에 관한 자각에 이르는 길들에 독자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시험적 담론들입니다. 카피의 착상과 표현의 다양한 방법론들을 두루 짚어가며 광고라는 건축에 동원되는 갖가지 자재의 기능적 책임과 심미적 풍경에 빠져서 많은 시간을 몽환적으로 소비한 카피라이터의 비망록입니다. 딴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광고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쪼록 올바른 개념으로 일을 배워서 엉뚱한 길을 헤매지 않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카피나 아이디어에 관한 오해가 굳어진 후배들이 엇나간 생각을 바로잡는 데 다소간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였습니다. 설명하고 해석하고 나열하고 요약하는 방식의 교과서적인 글쓰기에는 아예 흥미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제 경험과 믿음의 창고를 뒤져서 다른 이들에게 진정으로 권할 만한 단서들을 찾아내려 하였습니다. 제 개인적 주장보다는 이 시대의 광고인들이 여전히 믿고 따르는 위대한 스승들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려 했습니다. 그분들의 생각이 어째서 진리에 가까울 만큼 빛나는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가며 제 얕은 생각의 바닥을 높여보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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