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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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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매머드 잡는 남자>

매머드 잡는 남자

세 번째 창작집을 발간한다. 최근에 쓴 작품들 중에서 열 편을 골라 엮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중편소설 「안드로메다 가는 길」이다.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76일 동안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고, 그 후 3년쯤 지나서 썼으니 이 소설은 10여 년쯤 되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2, 3년 전에 썼거나 1년이 채 못 된 것들이다. 그동안 쓴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며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선정했다. 나름대로 각기 다른 소재와 인물들이 들어앉은 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처음 쓰기 시작할 때처럼 설렘이 온다. 공주박물관 앞과 무령왕릉에 있는 진묘수와 공산성 둘레길을 걸으며 소재를 찾아 글을 썼고,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바퀴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가장과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하는 공장 노동자, 어머니의 혼을 달래려고 천도재를 지내는 아들이 작품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작품을 쓰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교사 발령을 못 받아 박물관에서 구석기시대인으로 분장하고 아르바이트를 한 소린(「매머드 잡는 남자」), 주인공과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주인공보다 먼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미지(「코로나19에 관한 변증법」), 은행원이지만 비정규직인 세아(「구름 농원」), 섬에서 크고 자란 복례(「닻」),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아온 다른 인물들이지만 새삼 여운이 남는다. 소설을 쓰는 동안 이들과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며 동고동락했다. 때문에 모두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나는 가끔 꿈을 꾼다. 비현실적인 허구 속 사람들이지만, 꿈속에서 나는 그들과 오랜 시간 같이했다. 작품이 끝난 다음의 후일담도 듣고, 허구가 아닌 현실에서 그들을 만났다. 소설에서는 슬프거나 우울해 보였던 인물들이 환장하게 흐드러진 봄꽃처럼 웃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데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동안 가물어서 곡식이 죄다 시들시들하더니, 비가 많이 와서 생기가 돌고, 뒤늦게 들깨 모종을 심는단다. 나도 글 파종을 한다고 했다. 글을 심는 마음으로 작품집을 발간한다.

살아 있는 돌

두 번째 소설집을 묶는다. 첫 소설집을 묶을 때는 쉽게 작품을 선택하여 발간했는데, 이번에는 오래전에 발표했던 작품까지 일일이 찾아내서 다시 읽어보며 수록할 작품을 골랐다. 그 때문에 작품이 다소 요즘 시대와 동 떨어지는 것도 있다. 가령 6·25나 5·18의 시대적 배경이 나오는데, 이는 작품을 오래전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쓸 때마다 나는 시종일관 긴장을 한다.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을 쓸 때는 그나마 분량이 짧아 긴장이 빨리 끝나지만, 장편소설을 쓸 때는 몇 달씩, 혹은 일 년 동안 긴장하기도 한다. 긴 시간 동안 긴장하다 마침내 작품이 끝나서 긴장이 탁 풀릴 때의 그 쾌감, 그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번 소설집을 묶는 동안에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작품을 고르고, 교정하고, 출판사에서 온 교정지를 붙들고 또 여러 날을 고생했다. 이제 교정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계룡산을 찾는다. 가끔 오는 산이지만 녹음이 짙어 편안하다. 연일 된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갈참나무 위에서 매미가 따갑게 울어댄다. 땅속에서 6년 만에 나온 매미다. 암컷 매미는 단단한 산란관이 있어 나무껍질을 뚫고 속에 알을 낳는다. 45일에서 10개월, 또는 그 이상 걸려 부화한 애벌레는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의 진을 빨아먹으며 자라다가 열다섯 번이나 탈피한 끝에 6년 만에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된다. 북아메리카의 매미는 애벌레로 지내는 기간이 17년이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데에도 매미처럼 인고(忍苦)가 따른다. 스토리를 이어가며 플롯과 주제와 문체가 어긋나지 않았는지 살피며 끌어가다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때, 나는 매미가 된 기분이다. 애벌레의 긴 인고 끝에 얻은 작품이 화려하게 날개를 달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매미를 닮았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는 못 쓰지만, 한 편이라도 작품이 탄생할 때마다 나는 긴장이 풀리고 또 한 편의 소설을 끝냈다는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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