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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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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큰글자도서]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개의 설계사

“그렇게 써도 된다”는 확답 우선 한국 SF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세 개의 테마가 벤 다이어그램처럼 겹친 채 최신 한국 SF의 주류 영토를 이룬 듯합니다. 하나는 연대와 다정함, 공감, 선의, 환대, 돌봄, 다양성, 소수자 등 각광받는 진보적 수사가 휴머니즘과 어우러지는 영역입니다. 둘째는 SF의 도구를 알레고리로 사용하여 지금 여기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참여 SF’라고 칭할 법한 영역입니다. 셋째는 관료제나 대학원생이나 직장인이 중심축으로 등장하고, 일상적인 한국인의 삶에 약간의 트위스트를 주는 방식으로 소소한 감정의 진폭을 자아내는 영역입니다. 셋째에 대해서는 ‘일상 사회파’ 혹은 ‘관료제/사회 드라마’ 같은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자의적인 분류와 작명이니까 깊이 다루진 않겠습니다. 하여간 벤 다이어그램 바깥에서 뉴웨이브나 황금기 스타일을 구사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중적인 호응을 얻거나 문학상 등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얻는 작품들은 대체로 저 범주에 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정서가 거의 와닿지 않았고, 겪어온 삶 또한 거기에서 제시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소 혼란을 느꼈지요. “내 현실 인식과 세계관이 잘못된 것인가? 독자에게 소구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을 이런 방식으로 다뤄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거기에 부합하는 글을 써 보기도 했는데 결국엔 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은 “그렇게 써도 된다”는 확답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 움베르토 에코가 쓴 칼럼이 하나 있습니다. 〈유명인을 만났을 때 반응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지요. 내용은 사람들이 친분 없는 유명인을 마주칠 때 얼마나 무례해지느냐에 대한 것인데, 사실 유명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알려진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닙니다. 호감에 기반한 관심조차 나쁜 방향으로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요컨대 저는 애정과 호감이 반드시 선하거나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명분이라는 면에서는 더욱 나쁜 것 같기도 합니다. 예컨대 사람은 자신이 타인에게 호의와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그 자체로 은혜라고, 혹은 일종의 청구권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너를 이렇게 좋아해서 이만큼 힘드므로 나는 네게 이 정도는 요구할 수 있다”와 같은 태도는 꽤 흔하지요.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널 좋아했는데 나를 실망시켜?”와 같은 기묘한 권리의식이 있고, 좋아함의 형상에 맞추어 상대를 좌지우지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당당하게도, 호감과 선의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물론 이런 일에 대해서는 뒤틀린 애정이나 어그러진 사랑이라는 수사가 적용되긴 하는데, 그런 식으로 우회로를 만들면 세상에 잘못된 감정이란 없을 겁니다. 분노 같은 것조차도 그렇습니다. 의분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다시피 분노는 의로운 행동의 동기이자 연료가 되고 해방 운동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니까요. 생산성에도 도움이 되고요. 그러니까 홧김에 사람을 죽인 일에 잘못된 분노라는 라벨링을 붙이면 어떨까요? 솔직히 말장난처럼 들립니다. 뒤틀린 애정이라는 수사학도 마찬가지지요. 따라서 여러 가지 동기가 있습니다만, 결국엔 소설을 통해 감정과 애정의 본질적인 징그러움이 윤리와 어떻게 뒤엉키는지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방점의 상당 부분이 윤리에 찍혀 있기 때문에, 소설의 테마는 감정의 윤리, 영원한 타자의 윤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수상 인터뷰

다이브 (반양장)

2020년 1월,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을 때 『다이브』를 쓰기 시작해 2022년 5월이 되어서야 세상에 내놓습니다. 거의 이년 반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다이브』 속 서울에 조금 더 가까워졌지요. 이제 끝없는 성장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수축의 시대를 준비하고 받아들일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서울이 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고 소중하게 누려 온 것들을 포기하고 잊을 수밖에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살아갈 테니,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여전히 중요하겠습니다.

다이브 (양장)

2020년 1월,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을 때 『다이브』를 쓰기 시작해 2022년 5월이 되어서야 세상에 내놓습니다. 거의 이년 반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다이브』 속 서울에 조금 더 가까워졌지요. 이제 끝없는 성장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수축의 시대를 준비하고 받아들일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서울이 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고 소중하게 누려 온 것들을 포기하고 잊을 수밖에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살아갈 테니,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여전히 중요하겠습니다.

마녀가 되는 주문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란 가장 강력한 진실이면서도 가장 덧없는 거짓말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사람은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라지만 세상은 참 복잡하고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모든 사람을 아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슬퍼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비겁해집니다. 『마녀가 되는 주문』은 그 슬픔과 비겁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비겁해져도 된다고, 비겁한 것이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비겁함을 이기는 용기를 통해 여기까지 굴러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볼품없는 실패에서도 배울 것은 있기 마련이니까, 비겁함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용기를 낼 수는 없으니까 이 글의 모든 문장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으리라고 믿어 봅니다.

인버스

돈과 시장에는 힘이 있고, 이 시대의 일상은 그 힘으로부터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이 소설은 그 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돈은 무척이나 편리한 수단입니다. 돈은 모든 종류의 욕망에 정량적인 숫자를 매기고, 그 숫자를 다시 현실에 대한 영향력으로 바꿔 줍니다. 이처럼 하나뿐인 의자를 누가 가져야 합당할지를 논의하는 대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시스템은 잡음 없이 깔끔하고, 그래서 다른 가능성을 모두 잊어버리게 됩니다. 필요한 의자를 가지지 못한 사람조차 그 상황에 불만을 표하는 대신 자신의 돈 없음을 한탄하게 됩니다. (…) 영향력과 욕망을 구현할 방법을 돈 외에 상상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돈 자체에 목을 매게 된다는 것입니다.

케이크 손

세상은 악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고통뿐만 아니라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고통으로도 가득 차 있으며, 두 고통의 결과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이 글에 비겁하거나 그른 면이 있다면, 그 비겁성은 아마도 남자가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선량하며 유능했다거나, 주인공이 눈에 띄게 영리하다거나 하는 대목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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