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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양수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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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자전거 바퀴>

그림쟁이 ㅂㅎ

위기는 거울을 닦으며 다가온다. 거울은 새로운 모습들을 등장시키며 그림쟁이를 유혹한다. 어떤 위기는 더불어 무겁게 낡아가자 하고 어떤 위기는 엉뚱하고 가벼운 출구 쪽으로 이끈다. 그림쟁이의 붓 가는 대로.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신물나는 애인아, 멍한 것도 일이다.

눈 숲으로의 초대

내린 눈 위로 거듭 쌓이는 마당은 하얀 빛의 놀이터였다. 겨우내 포근하고 재미난 놀이터에서 어린 소녀는 즐겁게 눈사람을 만들었고 봄이 오기까지 뚱뚱한 눈사람은 한 가족이 되었다. 하얀 빛의 놀이터에는 꿈과 상상이 단번에 하늘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사다리도 있었다. 어린 소녀의 마음 안에는 부드럽고 행복한 알맹이들로 가득 찼다. 눈송이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속삭였다. 그러다가 이른 봄, 마당 구석구석의 잔설들은 아쉬워하는 어린 소녀를 달래 주곤 했다. 눈을 소재(배경)로 한 열 개의 단편 소설들은 눈의 고향으로 가는 짤막한 여정이다. 그것은 눈의 근원을 찾는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의 속성인 소멸, 순수, 정감의 분위기, 풍요로움, 유년의 추억, 동화적 정서, 몽환의 가능성 등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중 두드러진 정서는 소멸로서 사라짐과 죽음을 의미한다.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 소멸과 사라짐의 풍경에는 슬픔과 허망함이 녹아 있다. 그러나 눈이 그러하듯이 인간의 소멸과 사라짐도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끌려 궁극적으로는 슬픔을 정화하려는 끈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몽환적 이미지는 눈의 가장 매력적인 정서라고 생각한다. 판타지가 가능한 이유이다. 우리의 메마른 마음이 마음껏 가상 현실의 세계로 들어가는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믿기에. 오래전부터 도심에서는 겨울에 눈이 아주 드물다. 눈 없이 메마르고 추운 겨울, 그와 함께 잊혀 가는 정서에 대한 갈증도 생겨나게 되었다. 겨우내 고작 몇 번 눈 오는 날은 축제가 벌어지는 기분마저 든다. 나무들도 벌서고 있는 듯한 겨울에 먼 하늘에서 내려오는 셀 수 없이 많은 행복의 입자들을 떠올리며 눈의 서정적 이미지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또한 글에 깃든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일에 의미와 즐거움이 더해지기를. 하얀 빛의 놀이터도 어린 소녀도 사라진 밋밋하고 서글픈 눈의 오늘로 그가 오고 있다. 2022년 겨울

동물원 이야기

그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빙하로 출근을 합니다. 그러고는 싱싱한 물고기들을 잡습니다. 빙산의 식탁 위에 눈부신 햇살이 커다란 접시를 차리면 물고기를 담아 맛있게 먹습니다. 그런 다음 가족들과 장난치며 재미나게 놉니다. 친구들과 사귀기도 하고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는 겉모습만 다를 뿐 숨 쉬고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인 북극곰입니다. 우리와 더불어 사는 지구 안의 한 가족입니다. 어떤 사람이 못된 손에 끌려 어느 외진 곳에 갇혀 산다는 말을 듣고는 우리는 분노하거나 혀를 찹니다. 북극곰뿐 아니라 또 다른 많은 야생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혀 사는데도 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사람한테만 손을 내밉니다. 붙잡혀 온 수많은 야생동물들도 우리처럼 제가 태어난 곳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사람의 구경거리가 아닌, 감옥살이가 아닌, 숨 쉬는 자연 속에서 그들의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자신들만의 삶을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입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처럼 살고 싶을 것입니다. 햇살이 커다란 접시를 차린 그의 식탁으로 우리가 초대받는 꿈을 꾸어봅니다.

새, 블랙박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손이 허공으로 날아다녔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은 차갑고 외로운 누더기와 같은 숨결로 숨을 쉬는 나그네는 검은 장미가 피어났다고 하는데 소외된, 사랑이 없는 …

왜 빨간 사과를 버렸을까요

시인은 그 멀리를 편애하는 자 미래의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언어의 양식장 안에 갇힌 자가 부르는 당신이라는 애칭을 지금은 난기류인……

유리 동물원

나와 그대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소음들로 바글거리나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가족인 그대 이웃인 그대 타인인 그대 세계의 애칭인 그대 관계를 관계라고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점점 야물어지고 팽창하는 세계에서 순순히 나를 유혹하며 옭아매는 그것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음으로 한낱 환幻일 뿐인데 지치도록 속고 속는 내 시의 허물이란…… 밤에도 유리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동물원에서는 귀가 없는 목소리들이 바글거리고.

자전거 바퀴

한 사람이 가고 남은 한 사람 저녁의 휜 가지에 걸려 있다. 피보다 진한 영혼으로 맺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달빛 충만하다. 둘의 영혼이 자전거의 바퀴라면…… 벗은 영혼에게 옷을 입혀주려니 시가 부스럭거렸다. 덩달아 지난날의 덜 떨어진 한 사람 숨을 곳이 없다. 2023년 또다시 초록 잎 거저먹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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