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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임승유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3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괴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6월 <생명력 전개>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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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한 사람이 시인이 되는 순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놀랍게도 이효영의 첫 시집에는 그 순간을 명징하게 포착해 내는 시가 있다. 텍스트… 텍스트… 텍스트… 섬유학과 지하 편직실에서 스스로도 몰랐던 삶의 결들이 응집되어 형태를 갖추는 모습을 홀연히 지켜보는 어떤 순간. “이후로 나는” “기계처럼/길고 외로운 운동이 되리란 것을” 깨닫는 순간. 휴일의 실습실에서 “기계처럼 기계를 바라”본 적 없지만 이효영의 시를 읽다 보면 언젠가 그런 장소에서 설명할 길 없는 감정에 휩싸였던 것만 같고, 앞으로 무슨 수를 쓰든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겠구나 중얼거렸던 것만 같다. 한 사람의 시인이 탄생하는 기묘한 순간 속에 함께 놓이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이 시집은 제공한다. 이 시집 곳곳엔 유머가 배치되어 있다. 서울역 근처에 있던 ‘선미장식’에서 이효영 시인과 함께 시를 읽고 쓰던 시절, 그의 시에 종종 출몰하던 유머가 좋았다. “아빠 나는 이렇게는 못 살아” 남친 철수가 영희에게 삔을 줬다면서 숨도 안 쉬고 “아빠 나는 못 살아”를 반복하는 화자를 비롯해 “세무사와 함께 공원에 갔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거나 낭독회에서 단편소설 전문을 끝까지 읽어 버리는 조금씩은 비켜나 있는 존재들을 호명하는 시인의 방식 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했다. 하지만 그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왜 그의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는지. 그의 시가 얼마나 쓸쓸하게 아름다웠는지. “어떤 유머도 아름다운 노래를 이길 순 없겠지요”라는 문장을 발견하고 나서야, 그가 다 알면서도 지는 쪽으로 기꺼이 기울었다는 것을 알았다. “판다가 한국에 올 거라고” “신비한 중국의 동물 판다를” “네가 가서 보라”고 처음 말해 준 외할머니에게 “미안해요 멋지게 살지 못해서”라고 고백하는 한편 “게으른 판다에게는/자연도 멀어 흑백/두 가지 색 이상을 섞을 수 있다”고 선언하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나의 시선은 크고 아름다운 줄기”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흑백/두 가지 색 이상을 섞”어 만들어 낸 쓸쓸하고 애틋한, 그래서 아름다운 시가 이 시집엔 가득하다. “자신을 벗고 더 생존하는 혀를 상상”하는 건 이 시집을 읽는 이들의 몫이 될 것이다.
2.
원고를 다 읽고 조금 부러웠다. ‘조금’이라고 적었지만 그 조금이 점점 확대되면서,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한나는 내가 살았으면 했던 그 질감으로 한 시절을 살아내고 있었다. 자기가 자기를 보살피는 게 뭔지 아는 사람처럼 말이다. 입술을 깨물며 삼킨 감정이 자리할 시공간을 공들여 구축해내는 작가의 문장은, 내가 놓쳤거나 일부러 삭제해버린 존재들을 떠올리게 했다. “미로는 좋은 애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손가락 마디마디 분홍색」은 좋아서 몇 번이나 울면서 읽었는데, 지금부터라도 ‘미로’를 놓치면서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사람도 나오고 장소도 나오고 음식도 나온다. 색깔도 나오고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과즙도 나온다. 뭐가 나오든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을 듬뿍 받은 후라서 어떻게든지 살아서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이 좋은 이유가 모든 존재에 공평하게 내어준 시선 때문은 아니다. 작가는 오히려 이미 충분히 관심받는 존재들은 살짝 밀쳐놓고, 우리 삶에 배경처럼 존재하는 것들을 전면화한다. 버려진 공터에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꽃을 심는 생활, 쟤 정말 이상해 말해버리기 전에 나의 이상함을 떠올려보고는 이상하게 웃음이 나버리는 생활,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에 몸을 일으켜 공들여 만든 음식을 먹는 생활. 나와 너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구체적으로, 또박또박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 어디를 펼치든 살고 싶다는 마음을 챙기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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