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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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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발해로 가는 저녁>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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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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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몰고 가는 고속도로 위의/ 풍경들이 흐릿함 속으로 멀어지면/ 세상의 모든 서러움들이 어둠 속으로 빛을 낸다// (중략)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안산시입니다// 한참을 달려왔는데도 말이지.” 정태중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을 배달하기 위해 대형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 위에 자주 오르는 생활 현장의 시인이다. 그의 시들은 거의 주경야독의 고단한 현실 에서 열매를 맺곤 한다. 시는 그의 전공과목이 아니다. 생을 대하는 튼실한 눈빛과 자연과 기억을 통과하는 구릿빛 팔뚝의 인간적인 노래가 그의 시편들이다. “한참을 달렸는데도 말이지” 더 멀리 가지도 오르지도 못한 자책의 담금질 속에서 그의 시도 생활도 녹슬지 않은 ‘바퀴’를 돌리며 가리라고 굳게 믿는다.
2.
사유 너머로 “얼마나 깊은 그리움으로 더 쏟아져 내린 뒤라야/ 그칠 수 있을까” 라는 생의 연민과 회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어느 날의 “태백의 눈발” 속에서 “후~후 불어 가며 올챙이국수를 넘긴 후/ 창틀 너머의 산그늘을 바라보면/ 낮게낮게, 굴뚝 연기가/ 너와지붕 위로” 새어 나오는 감상적인 감정의 시간을 바라본다. 시인의 여로는 “겨울의 태백을 넘어서지 않고서야/ 너에게로 닿을 수 없었던 일이/ 내 생에선 가끔 있는 일” 이었다는 각성으로 재생되어져 있다. 그러므로 ‘사즉생 생즉사’의 생 앞으로 닥쳐오고 지나간 수없는 눈발들을 역설하며 있어 보인다. -정윤천(시인)
3.
민낯의 얼굴이자 배밀이로 낮게 멀리 쉼 없이 가는 강물의 노래가 있다. 조수일 시의 저변이 확장되어 나가며 일으킨 널따란 영역이다. 오랜 병상의 시간을 건너오는 동안에도, 그의 시는 그의 “구름”이자 “오랜 내일”이었음을 지켜보는 눈짓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의 시의 배밀이는 그렇게 그의 생의 요목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도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통곡의 벽 앞에서” 오열하거나 무너지는 시간은 온다. 물론 이것은 시의 세계이거나 여정과 무관한 일상이기도 혹은 사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회오와 각성의 순간의 지나감이 없이, 어디에서 한 줄의 시구인들 찾아올 수 있었으랴. 그의 시는 때로 엎드려 고하기도 한다. “묵은 죄를 다 토설하는 환환 아침의 통곡”이고 싶었다고.
4.
박재홍의 시편들을 따라가며 찾아드는 어떤 부분의 의문은 대단히 곤혹스러운 기분일 때도 있었다. 그의 인식을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한 상황에서, 다만 감각과 경험에 의지하며 날아가는 나 역시 한 마리의 불안정한 “흑꼬리도요”는 아니었을까. 그의 시들은 그 언덕의 너머에서 사바를 유랑하는 탁발의 노래와 흡사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는 그의 노정은 때론 주위를 물리친 주관적 “아침”으로 눈을 뜨며 있기도 하였다. _ 정윤천(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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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림의 시에서 깨달음(각성)의 시로 건너가는 여정이 사실은 시의 일생이다. 고쳐서 말하면 그 여정이어야만 한다. 여기에 김혜경의 시들이 차운 벌판을 지나 가빠옴의 “구절양장”을 맞이하며 있다. 할 말이 없어서 짧아진 게 아니라, 쭉정이를 털어낸 단시들의 서정 속으로는, 잘 닦인 치열을 드러낸 격정의 절경들이 나부끼며 있었다. “혼자서 돌아보는 그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인 “저만큼, 저녁이 온다”의 대미가 그렇게 완성될 때. 그는 거기에(그네)에 앉아 어디론가 시간이 흘러가고, 이제 문득 자신의 등 뒤에 아무도 없음을 알아채는 화자를 각성 시켜 주었다. 아무도 없는 “뒤”로 오는 것의 실루엣이 왠지 모르게 깊어 보인다. - 정윤천(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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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의 중년에 이른 모든 남자들은 “거울을 보는 남자”임을 이 시는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백안으로 보던 세상을 마음의 중앙에 두고” 찡그렸던 거울이 웃을 때까지 바라보면 “사진처럼 정지해 있던 남자가 움직일”거라는 바램은 저마다의 가슴에 간직한 희망의 실상이었던 것이다. “거울을 보는 남자”는 그렇게 “환해진 거울 밖으로 나온다”고, 화자의 믿음은 단호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중략) 다시 자신들에게 남아있는 희미한 희망들을 들추어내어 보다가 불현듯 불러보는 ‘노래집’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거창한 주석을 달아보지 않더라도, 사실 김병준 시인 자신에게라도 이번 시집은 그런 미덕을 구축하고 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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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한사코 자기 정신의 계도에 따른 깨달음의 산물이어야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정태중 시인의 ‘자화상’은 언뜻 보기에 따라서는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낡아 보이지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사유의 고랑은 꽤나 깊어 보인다. “오가피 잎” 한 장 피우지 못한 주제에 “산삼 이파리”를 찾고 있는 자신의 “모자람”을 꿰뚫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시의 운명을 낮은 목소리로 채근하는 중이다 “여린 것”들의 순서로부터 눈길을 돌리는 바로 그 진실으로의 투신이었다.
8.
「길가다 흘린 흰소리」를 남은 인생의 배낭 속으로도 아물딱지게 간직했을, 진영이 형의 저 꿈꾸는 일탈의 길목 위에도, 산소리 물소리 새소리들은 여여 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그의 시업과 문운 위에도 붉은 치마 향(香)은 꽃잎 같이 피어오르기를 다시 한 번 빌기로 한다. 더하여 시집의 상재를 마음껏 축하드린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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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경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집 앞을 나서 ‘현재’의 시간 위를 걷는 일처럼 예사로운 행로이자 가뿐함이다. 비교적 무거운 말과 일상의 장면들마저도, 그의 시심의 필터를 거치는 순간 연수(硯水)처럼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대동하며 다가오곤 한다. “어떤 향기는 상큼했고/ 어떤 향기는 텁텁했다// 그만/ 꽃 덫에 걸리고 말았다.” (꽃 덫 전문) 그의 ”꽃 덫“이라는 시를 시집 속의 첫 시로 접하면서, 시편들의 내면이 보다 확연해지기도 하였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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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록 시인의 시집 『해운대 에필로그』에 펼쳐져 있는 작품의 면면들은, 그의 시와 생활과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초발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며 자리한다. 메마른 대지 위에 세월의 뿌리를 굳게 내린 동구 앞의 당산 나무처럼 그의 시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의 마음들과 어린 것들을 길러내는 혼신의 부성 같은 것들이 투영되어 있곤 하였다. 작금의 요란하고 허망한 언술들에게로 경사되어있는 일부의 시작 풍습들의 한쪽에서 어쩌면 그는 시보다 시의 마음이며 존재를 향하는 외롭고 고단한 밭을 경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돌아보면 시보다 중요한 건 시를 쓰는 사람(시인)이었을 것이며, 시를 대하는 이들의 자세와 생활의 태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명제였음을 오형록 시인의 시집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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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선의 시로는 어언 귀鬼가 들기 시작하였다. 귀耳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열린 귀는 열려서 여전히 시의 습기와 청명과 풍습을 헤아리는 모습이다. “헛된 기쁨이 모든 슬픔을 덮는” 그리하여 마침내 “불사의 복사열로 신전에 불을 밝히는” 응시의 기척 너머에 그가 서 있다. 한편으로 강대선 시인의 바라봄이 “그 별의 이름이 인어였을거야”라고 들려주거나 보여주었을 때. 그는 “하나이면서 둘로 빛나는” 별자리의 이름을 태어나게 해주었던 셈이다. 다시 또 그는 그렇게 “흩어진 섬들을 하나로 기우며 갈매기”를(자서에서) 날아 올리는 귀신의 꿈에 골몰하여 보였으니, 새삼 여기에 강대선의 “아사餓死”가 걸어가는 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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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트럼펫”이 울려주는 ‘천사의 나팔’소리를 꿈꾸었을 법한 이번 서승현 시의 해낭 속으로는, 춘화, 풍경, 나팔꽃, 햇살화살, 초록이 기운자리, 편백나무 숲에 들다, 나비 문을 닫는다. 명옥헌 오후, 꽃 무릇 번제. 등으로 제시된 제목만을 보더라도, 그가 추구하거나 발원하려는 시음(詩吟)의 가치가 만물상생과 조화자연들에게로 띠를 두르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나아가, 시인 서승현이 측량산 벌목나무 나이테에서 팽목 항 앞바다 죽음의 물꽃무늬를 떠올리며, 시적 전복의 세계를 마련하여 내보일 때. 우리는 그가 한갓 자연의 나비 날개짓들과 나팔꽃 넝쿨 같은 것에게로 발목이 메인 곱단이 서정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순록이 있는 초원”으로부터 그의 시가 왔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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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의 시에는 “가을”이 있다. 그 가을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문득 이채롭다. 가령, “가을이라는 단어 하나를 허공에 걸쳐 놓는다/ 무궁한 글자들이 쏟아진다/ 고추잠자리 단풍잎 구절초 귀뚜라미 바람 햇볕/ 찢겨진 단어들도 굴러다닌다.” 시인의 가을 속으로는 시안(詩眼)과 시심(詩心)이 작동되는 시간들이 자주 와서 물든다. “가을이 떨구고 간 마지막 단어 속에는/ 시 라는 단어에 묻어있는/ 적막도 저장이 된다” 그렇게, “고추잠자리 단풍잎 구절초 귀뚜라미 바람 햇볕”이 ‘그의 시의 응시이거나 질료로써 화(化)하는 혹은 비상하는 순간을 열어 보인다. 이렇게는 시집의 곳곳에서 산견되는 시인의 시에 관한 천착이며 의지들이 어쩌면 이번 시집이 간직한 김은아 시들의 미덕라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 시집의 골계를 이루는 또 하나의 뼈대는 그의 시의 물방울들 속에 서려있는 여성성의 일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겠다. “이곳은 나의 자존감이 밑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곳” 그런데 그곳은 어디였을까.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부러움이 존재하는 곳” “노래방”을 겪는 두 가지의 감회 사이에 김은아 시인의 인간적 심성이 자리하고 있기도 한다. “생각 은행”에 나가 “시의 대출”을 받는 김은아 시인은 “밥상 위에 소복이 담긴 봄나물에서” “나물 향기”가 쓰는 “시”를 맡거나 “또 다른 대출을 위한/ 대출을 생각해 내” 고 있는, 자신의 시의 꿈들이 “아름다운 반란”으로 피어나기를 함께 소망하여 보기로 한다.
14.
주영국의 시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는 불혹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젊은 아버지가 살아 있다. 대추나무 ‘도장’이 찍고 간 붉은 낙인들이, 아직도 청상의 어머니와 형제들과 어깨를 겯고 나란히 걷는다. “숟가락 두 개”로 세파의 길을 나선 그가 “새”를 그리는 시인이 되었다. 그 새의 이름은 “백일홍”이기도 하여서 시인은 그렇게 타인의 불우에 눈을 두기도 하고, 그 골목의 끝에 나가 “새점을 치는 저녁”을 맞기도 한다. 어느 날은 문득 “산에서 온 편지를 강에서 읽기도 하는” 푸른 멍울을 간직한 시인의 가슴이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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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는다는 것/빈 것이 되는 것이었다” 표제시의 한 행처럼, 시는 결국 자신의 생각(깨달음)에게로 주목하는 일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시간까지의 무수한 토로들과 천착들이며 ‘미친 짓’들이 지난했던 시의 여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살이 무른 애호박에게로 “얘야, 너도 내 어머니의 연약한 아들이구나”와 같은 언술이 이루어졌을 때에만 시는 문학이거나 시가 되는 순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본 것, 느낀 것, 주의나 주장이 스러지고 난 자리에서 맺히는 “호박”들을 우리는 익혀왔던 셈이다. “피보다 진한 물이 있을까/봄비다”, “비 갠 후/가지를 찢고 연분홍 꽃 피웠으니” 시의 제재, 혹은 피사체들이 신생이거나 신기를 얻어 입고 이렇게 다시 태어나 있는 시들이 이 시집 속에는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수많은 자연의 산물들과 ‘겪음’의 근처에서 발화되는 시인의 언어가 더 멀고 아득한 태산준령들을 넘어와 사자후로 목에 걸리는 지점을 미리 가서 축원해주기로 한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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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수인일 수 없는 수인의 법정진술이, 천 권의 책보다 만편의 시보다 가슴을 치고 울리는 이 “백악기”의 한 나절 속에서, 그도 역시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진다.” -그리하고야 마리라는, 우직한 몸짓으로, ‘여수’가 마침내 귀환하였다. 여수에 가면, (……) “이 여섯자 침묵 속에 유족들의 통한을 한 줄도 빠짐없이 새겨 넣었다”는 참절의 여수. 배반의 여수. 김진수의 여수가, 산다화 붉은 눈망울 속에서 비로소 다시 피어날 것만 같다. 무엇을 일러서, 우리들은 이 저녁나절의 말놀음들에게로 애써 “시”라 칭해 왔던가. 아, “얼릉 오이다, 여수로 오이다” 그 쯤이면 대답이 되고도 남지 않으리.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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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결국 ‘말 줄임’을 향한 지난하고 피곤한 놀이(?)에 다름 아니다. 가장 고갱이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말을 몰아다 붙여보는 것. 기미만 남게 하는 것. 기척으로만 감지하게 하는 사이의 사이라는 것. “금 간 유리창이 피어 있고/봄이었다”라는 구절 앞에 섰을 때, 김정애의 시는 문득 유려해진다. 한편 그의 시에서 제목이거나 시행으로 출몰하는 “양은 실밥이 터진 밥상” “벙어리 여 대통령의 똥” “소녀상”등등 그의 시의 제재들은 한결같이 당대적 삶의 맥락이며 관심사에 무차별적으로 맞닿아 있고는 하였다. 그럼에도 시의 운명은 “복수”가 들어찬 어머니의 뱃구레를 “고로쇠의 옆구리”로 환치해내는 ‘눈썰미’를 요구한다는 사실. 그의 시의 미래가 더 큰 저물녘 쪽으로 저물고 저물어서 마침내 “죽음으로 완성되는 한 편의 시”에게로 가는 길을 함께 눈여겨보기로 한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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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나문석 형이 시집을 냈다. 나해석도 아니고 나달석도 아닌 나문석의 시집. 갑자기 10, 8이라 쓰고 비명이라고 읽고 싶어진다. 그의 시들은 일정 부분 비명과 비탄과 절규에 닿아있다. 시라는 고루와 낭만을 얼기설기 꿰어 입혀주긴 했지만, 곳곳의 행간에서 신음소리들이 묻어난다. ‘간첩의 아들(그것도 하필이면 외아들이다)’로 살아온 30여 년의 시간과 세간의 눈총들이 그의 손과 가슴에, 어쩌면 이렇게도 ‘저녁이면서 새벽인’ 시집 속의 시들을 들려주었다. “여전히 거꾸로 가는” “항로를 잃은 나라”에 “파종을 해도 새 살이 돋아나지” 않음을 울어 예는 노래가 지금까지의 시가 아니랴. 그러나 이제 그 ‘죽임’의 “사서함”을 비웠으니, 시인 나문석이여. 영원하라.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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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시를 쓴다고 낑낑대거나, 고상 척을 떨 때, 그는 그냥 시하고 논다. 시가 오면 좋고, 안 오면 그만이다. “복종”에게 져서 단발이 되기 전까진 긴 생머리 한 줌을 뒤꼭지에 매달아, 자징개 등거리에서 “벌곡”의 풍경 속으로 휘날려 준다. 길가의 쑥부쟁이들이 코가 빨개진 그를 향하여 “이장 아재, 그새 또 한잔 빨았소” 그런다. 동시 배우러 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동시는 안 배워주고, 버들피리만 만들어준다. 보리피리도 만들 거라는 궁리나 한다. 저,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능청’은 어디서 왔는가.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내 “대갈빡”에서도 여지없이 “딱” 소리가 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능청과 무욕(無慾)의 진경이여. 이게 바로 이 시집에 놓인 그의 시들이 ‘허는 짓’들이다.
20.
  • 활어 - 김채운 시집 
  • 김채운 (지은이) | 시와에세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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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活魚)에서 활어(活語)를 듣거나 읽는 김채운 시인의 이명의 귓바퀴와 “신음 한 접시”를 음미해야 하는 고통의 미각이, 이를테면 그가 시로서 여는 아침이었다. “수색영장을 들이밀듯 몰려와 진을 치던 안개의 포위망” 너머로, 실은 우리들 스무 살의 봄날인들 너나없이 가고 없는데, “밋밋한 길바닥 같은 마흔 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길을 잃어 보려 한다는, 그것도 하필이면 “당신”이라 부르는 까마득한 시의 여정. 이십여 년 전의 자전거에 올라타 “삼천리” 너머까지 피워 올리고픈 몸과 마음의 뼈아픈 그리메. 그래서 그의 시는 지금 맹렬한 한낮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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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황구라’는 뇨자시인인데, 그미가 쓸고 간 시의 마당에는 어쩌자고 한편으로 남정의 내음이나 흔적들이 자꾸만 역력하다. 저자 뒤켠의 왈짜패 여운 또한 없지 않으나, 청풍이 배긴 손가락지를 놀려 조석으로 벼루를 가는 옥골서생의 풍모가 맞춤하였기로…… 벚꽃이 내리는 봄길 끝에서, 그가 이제 막 “여의주 문 물고기 한 마리” 풍진 세상의 길 가생이에 풀어 놓으려는 풍경 곁에 끌리어 보면 “시리디시린 하얀 비늘”이 “저리 환히 쏟아지는 걸”새겼겠구나 싶은, 자심한 시안이 아릿하여 온다. 한사코 자신의 “말씀”이 삶이거나 생보다 더욱 그윽한 지경이 연설이고, 그때마다 “연설하네” 일갈하는 자리가 시의 길이어서, 황의 눈매에 자주 핏발어리겠구나 싶은 마음이 이 시집을 읽은 소회였으니, “장대붓” 벼린 남장 영혼의 장도에 빛이 깊고 높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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