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픈 여자들은 어떤 현실을 겪어내는가"
사회가 젊음에게 요구하는 이미지는 몇 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생기, 낙관, 탄력, 매끄러움. 여성이라면 여기에서 더 압박스러운 몇몇 형용사가 추가된다. 부끄러운듯한 생기, 부담스럽지 않은 낙관, 공격적이지 않은 탄력, 부드러운 매끄러움. 나이와 질병엔 인과관계가 없지만 젊은 여성에 대한 이런 촘촘한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질병을 가뿐히 인식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저자 미셸 렌트 허슈는 20대에 여러 건강 문제를 겪었다. 고관절 수술, 라임병, 감상생암, 아나필릭시스 증상, 노인성 속쓰림, 비만세포 활성화 증후군... 이 질병들과 함께 사는 동안 그는 거대한 사회적 차별과 압박의 벽을 마주했다. 연애 상대를 만날 때, 회사를 다닐 때, 병원에 갈 때, 그는 젊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아픈 상태와 결합되면 어떤 문제적 상황이 생기는지 실감하고 그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기록했다.
가슴에 남은 심장 수술 흉터로 인해 데이트 상대로부터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증상을 얘기했을 때 의사로부터 꾀병이 아니냐는 답변을 듣고,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걷다 초면의 남성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는 일들은 젊고 아픈 여성들의 삶이 예상보다 훨씬 궁지에 몰려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가 인터뷰이들과 같은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끌어낼 수 있었던 솔직하고 심도 깊은 이 이야기들은 아픔의 구체성을 보여준다. 숨어있던 삶들의 생생한 일면을 담은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