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태곳적부터 자기 주변의 사물들을 종교적인 의식에 쓰는 도구나 장신구로서 미니어처화하고, 그 미니어처에 '색'을 입히곤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대에 태어난 저희 또한 이 '색'을 느끼고 써먹을 수 있다는 기능을 지니고 있지요. 지구상에선 인류만이 갖는 특징적인 재능으로, 누구나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색'을 써서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모형 제작'이 있습니다. 멋지고, 즐겁고, 재미있는 요소로 가득한 모형의 세계, 그 중에서도 정밀 축척 모형(스케일 모델: scale model)이라고 하는 장르는 실제로 '존재하는' 혹은 '실존했던' 대상물을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사이즈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써서 모형 메이커들이 다양한 키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빠르고, 모형점에는 기본이 되는 키트 외에 다종다양한 소재를 쓴 액세서리도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향을 보자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공장에서 조립하고 채색까지 마친 '완성품'이라는 장르도 급성장하고 있지요. 인터넷으로 대표할 수 있듯이 시간이라는 개념이 극단적으로 단축되고 정보가 세계 곳곳으로 순식간에 전해지는 세상이 된 결과라고나 할까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안이하게 '완성품'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움직여 만들고 칠하는 '모형 만들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이기 때문에, 아니 현대인이야 말로 말이죠. 확실히, 모형 제작 과정은 게임과는 달리 한번 실패하면 세이브 지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하나하나 쌓아가는 작업의 반복은 지루하게 여겨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조금씩 형상이 갖춰지는 과정을 거쳐 가다 보면, 분명 우리 인류의 DNA속에 각인되어있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날 것입니다.
이 책은 수많은 모형의 장르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전차 모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공부나 일에 쫓기면서 좀처럼 모형을 제작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여러분들께 가급적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간단하고 멋지게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펴내게 된 책입니다. 본서를 읽은 분들이 직접 키트를 조립하고, 도색과 마감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기를 마음속 깊이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