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재의 수요일>에서 우리는 시인이 고통스럽게 나선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이미지는 똑같은 단어와 구를 반복하면서 겉으로 보아서는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뒤틀린 문체로도 나타난다.
나의 인생도 그런 식으로 펼쳐졌다. 오랫동안 나는 부활절이 오리라는 희망도 없이 언제까지나 모진 사순절만을 살아가는 줄로 알았다. 나는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어디로 나아가는지도 모르고 헛되이 맴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어둠 속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신화에서 계단은 의식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가는 돌파구를 상징한다.